2018년 9월 6일 목요일

이강환, 빅뱅의 메아리

‘우주의 끝을 찾아서’는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을 밝히기 위해 연구하던 팀들이 우주가 점점 가속팽창하는 것을 밝힌 과정을 다룬 책이었다. ‘빅뱅의 메아리’는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주배경복사가 있어야 된다는 예측부터 윌슨과 펜지어스의 첫 관측, 그리고 차례로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하기 위해 발사된 세 인공위성 COBE, WMAP, Planck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주론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두 책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우주배경복사 이야기에 아주 충실하다. 그리고 ‘우주의 끝을 찾아서’보다 조금 더 쉽게 느껴졌다. 앞의 책을 읽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수식이 조금 줄어들어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이강환 관징님의 글 솜씨가 더 발전해서일수도 있겠다.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내용도 깊이가 있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과학자들의 연구과정이다. 이 점은 관장님이 서문에서 밝힌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과정을 자세히 짚어보면서 이제 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실제 과학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고 있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유명한 일화이지만 윌슨과 펜지어스가 전파망원경의 잡음을 없애기 위해 망원경의 비둘기 똥까지 치운 이야기나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인 인플레이션 우주론이 당시 우주론이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해결한 이야기, COBE 위성의 센서에 잡음을 없애는 과정에서 도선으로 새장을 만들어 파장이 긴 레이더 신호를 차단한 이야기들은 현장감있게 빠져들었고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연구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책에서는 Planck 위성의 2016년 논문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말 현재 과학 기술의 정밀도에 대해 감동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더 이상의 관측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정밀도를 가지고 있는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우주배경복사의 편광과 관련해 후속 관측이 더 필요하지만 과학자, 공학자들이 Planck를 제작하면서 가졌던 목표, 더 이상 관측이 필요 없을 정밀도가 너무 멋지다.
COBE위성의 우주배경복사 관측데이터와 흑체복사스펙트럼. 이렇게 잘 맞는 데이터가 또 있을까.
출처 : 위키피디아, COBE

COBE 위성의 관측 결과에 의한 우주배경복사의 흑체복사 곡선 데이터는 너무 완벽했다. 물리 시간에 배웠던 흑체복사 곡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오차가 선 두께 안에 있는 관측 데이터였다. 현대 과학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이론을 만드는 것도 멋지지만, 현재 이론이 예측하는 값을 거의 없는 오차 범위 내에서 관측을 해낸다는 사실에서 만들어진 우주와 그 우주 속에서 그 값을 정확히 예측해내는 인류 모두에 감탄할 뿐이다. 이 우주의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과학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Planck의 우주배경복사 관측 데이터. 100만분의 1 온도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가지고 있다. 신의 얼굴이라고도 한다. 출처 : 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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