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30일 목요일

이강환, 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강환 관장님은 믿고 듣는 천문학자였으며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님이다. '과학하고 앉아있네' 팟캐스트에서 오랜 시간 동안 천문학 뿐 아니라 과학 관련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어 늘 애청하고 있었는데,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바로 주문을 했다. 하지만 책장 신세를 지고 있다가 과학 관련 책을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책을 처음 봤을 때 인상은 헉! 이였다. 표지의 분홍색이 아주 인상적인데, 책을 넘겨도 그 분홍색들이 퍼져나가는 디자인은 뭐지 싶었다. 빅뱅으로 인해 우주가 역동적으로 팽창하는 것을 표현한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왜 분홍색이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다.

그리고 지난 여름 운좋게 학교 지구과학과에서 관장님을 초청해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다. 팟캐스트에서 목소리만 듣다 드디어 만나뵐 수 있다는 생각에 담당 선생님에게 부탁드려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질의응답 시간에 책 디자인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저자의 의도가 아닌 출판사에서 한 디자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관장님도 출판사에서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당황했었다고 하셨다. 책을 읽을 때 분홍색에 눈이 많이 가면 집중이 안될 것 같았지만 책이 잘 읽혀 그렇지는 않았다.

2011년 이석영 교수님의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를 읽으며 빅뱅 우주론을 처음 공부했다. 이석영 교수님의 책도 빅뱅 우주론에 대해 많은 정보를 쉽게 잘 다루고 있어 빅뱅 우주론을 처음 접할 때 필독서로 유명한 책이다. 그 후 팟캐스트를 들으며 그때그때 또 업데이트하고 수정보완하며 우주론에 대해 꽤 자신이 있었다. 역시 자만이였다. 책을 읽으며 많은 지식들을 업데이트 할 수 있었다. 이 책에 이어서 출간된 '빅뱅의 메아리'도  읽으며 우주론을 완성해두면 당분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1990년대에 빅뱅 우주론에 의해 예측되었던 우주 팽창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출발했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 팀(Supernova Cosomology Project)과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 팀(High-Z Supernova Search Team)의 연구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결국 느려지고 있음을 확인하지 못하고 두 팀 모두 우주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속 팽창 함을 확인하고 발표해 노벨상을 타는 과정이다. 보통 과학 교양서들과 다르게 실제 논문에 실렸던 그래프를 그대로 가져와 설명하고 있는 점도 두 팀의 연구 과정을 현장감 있게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 과정에 그 유명한 허블의 은하들의 거리에 따른 팽창 속도 그래프에서 허블이 속도 단위를 표기해야하는데 거리 단위로 잘못 표기한 것이나 성간 먼지의 영향이 처음부터 제기되었음에도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 여겼던 실수들도 그대로 소개하고 있어 과학자들의 연구 과정에서 실수들을 그대로 보여주고도 있다.

다음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내가 새롭게 업데이트 한 지식들과 메모해뒀던 내용들이다.



  • 우주의 역사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사이의 세력 싸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흑물질은 우주 초기에 물질들을 끌어당겨 별과 은하가 생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우주의 팽창의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암흑에너지는 빈 공간에서 나오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우주의 크기가 작았던 초기에는 그 역할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하면서 빈 공간이 점점 커지게 되어 결국에는 암흑물질을 이기고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게 되었다(p60).



  • 우리 우주는 기하학적으로 편평하면서도 암흑에너지 때문에 가속 팽창하는 우주가 되는 것이다(p62).



  • 사실 허블 상수는 '상수'가 아니다. 허블 상수는 우주의 팽창 속도를 은하들 사이의 거리로 나눈 값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하다 하더라도 허블 상수 값은 변하게 된다. $H=v/d$에서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하다면 $v$가 일정하고, 팽창을 하면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커져서 $d$가 커지기 때문에 허블 상수 값은 점점 작아지게 된다. 만일 우주가 내부 물질의 중력 때문에 팽창하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면 속도는 작아지고 거리는 커지기 때문에 허블 상수 값은 더 빠르게 작아지게 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일반적인 허블 상수를 $H$, 그리고 현재의 허블 상수를 $H_0$로 표시한다(p121).



  • 카시오페이아 A가 폭발한 빛에서 수소선이 발견되었다. 천문학자들은 놀랍게도 3백 년도 전에 폭발한 이 초신성에서 나온 빛이 성간 물질에 반사되었다가 돌아온 것을 관측했다. 게다가 그 빛을 분광 관측까지 해서 수소선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낸 것이다(p166).



  • 플랑크 위성이 새롭게 제시한 우리 우주의 나이는 이전보다 약 1억 년 더 많아진 138억 2천만 년이다.



처음 우주론을 공부할때만 해도 우리 우주의 모양이 3개 중 하나 일것이라고 했는데, 편평한 우주라는 것을 명확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주의 나이 역시 137억년에서 138억년으로 업데이트 했다.
팟캐스트에서도 들었지만 초신성이 폭발할 때 나온 빛이 성간 물질에 반사되어 돌아온 것을 다시 분광관측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우주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고등학교에서 우주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을 책이라 생각한다. 꼭 한번 읽어보며 교과서보다 최신의 지식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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